영화 원작소설 《미키7》 @교보문고

봉준호 미키17 원작소설 미키7, 죽음과 재생 속 인간의 정체성을 묻다

평소처럼 퇴근길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러 신간 코너를 어슬렁거리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미키17> 포스터가 인쇄된 버전으로 출간된 영화 원작 소설 《미키7》을 발견했다. 예전에 출간되었던 작품이지만 영화 개봉에 힘입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듯해 검색해보니 현재 온라인 서점의 소설 순위 24위에 올라있었다.

SF 소설 미키7 줄거리

에드워드 애슈턴의 《미키7》은 먼 미래 인류가 우주로 영역을 확장하며 새로운 행성 ‘니플하임’을 개척하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미키는 ‘익스펜더블’, 즉 소모인력으로, 죽더라도 전임자의 기억을 가진 복제인간으로 되살아나는 존재다. 소설 제목에 있는 숫자 ‘7’은 일곱번째 미키라는 의미로, 그는 앞서 죽은 미키들의 기억을 모두 갖고 있다는 뜻이다. 여담이지만 영화 제목이 <미키7>이 아니라 <미키17>인 이유는 봉준호 감독은 7번(죽는 것)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라고 말했다고.

영화 <미키17> 스틸컷 @네이버 영화

미키7와 미키8의 만남

미키7은 그날도 평소처럼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다 얼음 구덩이에 추락하며 죽을 위기를 맞게 된다. 본부는 그가 죽었다고 판단하지만, 그리 또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느낌은 아니다. 어차피 미키8에게 백업해 둔 기억만 심으면 될 뿐이었으므로. 하지만 미키7은 가까스로 살아남아 기지로 생환하고, 그곳에서 이미 기억을 이식받고 ‘태어난’ 미키8과 만나 소스라치게 놀란다. 한데 이 사실이 밝혀지면 둘 다 위험에 처하게 된다. 둘 중 하나가 사라지거나, 모두의 눈을 속이고 지내야 하는데….

흥미로운 프롤로그에서부터 인간의 정체성과 생존을 둘러싼 철학적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복제인간과 반복되는 삶이라는,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윤리적 딜레마 속에서 ‘나’라는 존재의 본질을 어떻게 판단하고, 정의내려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SF 소설이지만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실제로 동물을 복제하는 기술은 진즉에 개발되었다. 그러니 사람이라고 기술적으로 못 할까. 현실부모에게서 태어난 것이 아닌, 복제되어 태어난 인간이 자신이 누군가의 ‘카피’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의 충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암울해진다. 게다가 인간의 뇌에 전자칩을 심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으니 소설의 설정처럼 기억을 옮기는 것도 가능할 날이 올지 모르겠다. 그때는 이 작품이 더이상 SF 장르로 구분되지 않을 것이고.


Author Edward Ashton ⓒscifnow

에드워드 애슈턴(Edward Ashton)

소설가 에드워드 애슈턴은 생물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대학에서 연구와 강의를 하다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다양한 매체에 단편을 발표하며 실력을 다진 그는, 《미키 7》을 장편 데뷔작으로 내놓으며 주목받았다. 그의 다른 작품으로는 《Three Days in April》, 《The End of Ordinary》가 있고, 《미키 7》 성공 후 후속작인 《Antimatter Blues》(한국판 제목 《미키7: 반물질의 블루스》)를 출간했다.

후속작 《미키7 : 반물질의 블루스》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