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리아드네의 목소리 일본 미스터리 소설 리뷰
2025년 새 해가 시작되며 읽은 첫 소설이다.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신간이 나온 것을 발견하고 구입해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도 한동안 여운을 느끼게 만든 재미있는 책이었다. 책을 읽기 전부터 “결말에 모든 열정을 바쳤다”는 저자의 한마디를 보며 결말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었는데,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결말이 만족스러웠다.
일본 소설가 이노우에 마기의 《아리아드네의 목소리》는 2025년 1월에 국내에 출간된 따끈한 신작 미스터리 소설로, 여러 미스터리 문학상을 수상한 저자의 작품이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도쿄대 공학부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나이나 성별조차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한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이 점이 작가의 작품세계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하는 듯하다. 참고로 일본에서 첫 발표는 2023년이다.

소설은 그 시대의 모습을 담는다
소설 《아리아드네의 목소리》에는 핵심 소재로 드론이 등장한다. 2025년 현재 일상에서 드론은 더 이상 신기한 기술이 아니다. 취미용부터 산업, 국가 안보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물론 드론이 등장하는 소설이 이번이 처음은 아닐 수 있지만,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중심 소재로 활용되는 경우는 드물 것 같다. 문학이 시대 모습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볼때 이 책도 현대 모습을 잘 담아낸 작품이라고 본다.
이야기 속에는 ‘재난 구조 드론 SVT-III’가 등장한다. 이 드론은 LiDAR 센서를 이용한 정밀 지도 작성, 열 감지 카메라를 통한 생체 신호 감지, 소리 분석 시스템, 3D 렌더링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시각 제공 등 첨단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최악의 조건에서 이런 기술들을 활용해 조난자를 구하려는 주인공과 동료들의 노력이 긴장감을 더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런 현대 기술의 긍정적인 면만 조명하지 않는다. 생명을 구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드론이, 동시에 왜곡된 관심과 이기적인 욕망을 부추기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기술 발전이 가져온 모순도 그려내며 시사점을 준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사람을 구조하라?
소설 속 주인공은 SVT-III 드론을 개발한 회사의 연구원이자 파일럿이다. 어느 날, 강진으로 인해 지하에 갇힌 실종자를 찾으라는 임무를 맡게 되는데, 드론을 활용해 생존 여부를 파악하고, 응급 물품을 전달하며, 탈출 경로를 안내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종자에 대한 정보를 접한 순간, 주인공은 망연자실하고 만다. 실종되었다는 여자는 마치 헬렌 켈러처럼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드론이 그녀를 발견하더라도 그녀는 이를 볼 수 없다. 구조대의 음성을 들을 수도 없다. 마이크를 통해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다. 여진은 계속되고 지하수는 차올라 시간이 촉박하다. 이 상황에서 그녀를 어떻게 구조할 수 있을까? 아니, 정말 구조가 가능할까? 주인공은 실낱같은 가능성을 위해 이를 악물고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진심은 반드시 전해진다
《아리아드네의 목소리》는 장르적으로 미스터리와 스릴러로 분류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난 미스터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스터리 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싶다. 재난을 다루는 이야기야 많지만, 여기에 미스터리적 요소를 가미해 결말에서 놀라운 반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결말은 스포일러라 밝힐 수 없지만, 작가에게 완전히 속았다는 말은 써두고 싶다. 그간 여러 미스터리 소설을 읽어왔음에도 불구하고 허를 찔려버렸다. 게다가 감동적인 여운까지 전해 이야기의 피날레를 잘 장식했다.
이 소설의 중심에는 사람들의 ‘진심’이 있다. 주인공과 동료들, 실종자는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그 진심이 하나로 모여 예상치 못한 감동을 만들어 낸다.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써낼지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