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간의 가족》 일본 미스터리 소설 리뷰
일본 미스터리 소설 《4일 간의 가족》 @교보문고

4일 간의 가족 일본 미스터리 소설 리뷰, 추천

죽기 위해 만난 네 사람

오늘 읽어 본 책은 일본 소설가 가와세 나나오의 《4일 간의 가족》이다. 깊은 밤, 어느 외딴 산속에서 네 명의 낯선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지긋지긋한 생을 마감하는 것. 온라인에서 만난 이들은 곧 차 안에 몸을 싣고, 연기를 피워 조용히 삶을 끝내기로 했다. 한데 서로 짧은 소개를 마친 그들이 계획을 실행하려는 순간, 갑자기 시끄러운 엔진 소리를 내며 한 대의 차가 그들 쪽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 차는 일행의 차를 발견하지 못한 듯 조금 떨어진 곳에 급히 섰다.

차에서 한 여자가 배낭을 멘 채 차에서 내려 이내 숲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다시 돌아온 그녀는 차에 올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라졌다. 그녀가 어떤 사연을 가진 사람인지 일행은 알 바 없었다. 어차피 그들은 곧 죽을 운명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때… 어딘가에서 희미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아기 목소리, 죽음을 결심한 네 사람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가는데…….

일본 미스터리 소설 《4일 간의 가족》
죽으려는 네 사람, 그리고 아기 ⓒNiels Dewulf unsplash

소설 《4일 간의 가족》은 온라인에서 만난 낯선 이들이 함께 자살을 결심했지만, 예상치 못한 아기의 등장으로 계획이 틀어진다는 프롤로그가 흥미를 자극했다.

이 소설에는 각기 다른 이유로 삶을 포기하려던 네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보수적인 성향의 60대 남성, 한때 술집을 운영했던 70대 여성, 조용하고 우울한 10대 소년, 그리고 주인공인 사회성이 부족한 20대 여성. 이들이 갑자기 맡게 된 신생아와 함께하며 마치 세대와 배경이 완전히 다른 불완전한 가족처럼 묘사된다.

여기까지만 읽었어도 그들의 계획은 일단 보류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버려진 아기를 발견한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둘 순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이 아기의 존재가 그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만다. 아이를 구한 것 뿐인데 온라인에서 유괴범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아기를 범인 사람은 여론을 조작하며 이들을 가해자로 만들고, 사회는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 하며 무자비한 마녀사냥을 시작한다. 도망치는 동시에 아기를 지켜야 하는 그들.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할까?

《4일 간의 가족》 일본어 판
《4일 간의 가족》 일본어 판 @Amazon

익명에 숨어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

이 소설은 이야기 자체가 주는 감동을 넘어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인터넷 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던진다. 누구나 SNS나 네이버 뉴스 기사 등에 댓글 하나쯤 달아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익명이라는 강력한 벽 뒤에 숨어 이런 소셜 미디어가 얼마나 쉽게 누군가를 공격할 수 있는지 가만히 지켜보면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 자극적이고 거짓된 정보가 퍼지며 진실이 묻혀버리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소설 《4일 간의 가족》은 그 잔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네 사람은 단 네 하루 동안 가족이었다.

소설을 얼마 읽지 않았지만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어느 정도 예상은 가능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들이 그 과정에서 어떤 난관을 겪고, 어떻게 극복하며, 어떤 변화를 맞이하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다. 소설 속 짧은 나흘 동안, 작가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정의한다. 혈연만이 가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한 시간, 서로에 대한 이해, 그리고 말 없이 나누는 돌봄이 가족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네 사람은 처음엔 낯선 이들이었지만, 아기에게 이름을 붙이고 진심으로 돌봐주면서 더 이상 단순한 타인이 아니게 된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도 여운이 길게 남는 소설이었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 《4일 간의 가족》
어쩌다 유괴범이라는 누명을 쓴 그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